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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 2023 - 1] Adios 내 동생 그리고 편히 쉬어라.
    MISC/나에게쓰는편지 2023. 12. 31. 14:44

     

    2023년 나는 두명의 가족을 제 삶속에서 떠나 보냈습니다.

    그중 한명은 두살 터울인 남동생 입니다.

     

    향년 49세로 췌장암으로 사망하였습니다.

    우연히 공황장애를 오래 앓고 있었던걸로 진단받았고, 공황장애약을 근 5년간 복용하면서 요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좀 괜찮아 졌는지 삶에 대한 의지가 생겨서 본인이 싫어서 탈출했던 자신의 제 2의 고향 아틀란타로 이주를 계획하고 하자마자

    암을 선고 받았고, 근 1년 반 암투병으로 살았지만 그렇게 갑자기 떠날꺼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형제들은 비슷하고 또 어떤 형제들은 너무나도 다른데 우리는 너무나도 다른 형제 였습니다.

     

    제가 보는 동생은.

     

    어린시절 머리는 영리했지만 공부는 하기 싫어 하고 재주는 남달랐으나 노력과 끈기가 없는.

    청년시절 하고 싶은것은 있지만 그걸 이룰 환경이 안되면 빨리 포기해 버리고.

    그렇게 시간을 흘러보내고 제대로 된 시간을 살지 못한 요즘 말로 하면 인생 낙오자 입니다.

    형으로써 제대로 살지 못하고 있는 동생을 보면서, 도와 주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지만

    동생이라도 남의 인생은 내가 대신 살아 줄수 없다는것만 깨닫게 해준 녀석입니다.

    그런 사실 때문에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온 가족을 힘들게 했던 녀석이지만 결코 미워할수 없는 녀석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절대 미워할수 없는 녀석이었습니다.

    자신의 상황을 남들을 환경을 탓하지는 않았고, 젊은 사람들을 보고 나같이 되지 말라고 했던 녀석입니다.

    친구를 좋아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술마시고 노는것을 좋아 했으며

    늘 실패한 자신의 모습때문에 겉으론 매몰차도 늘 뒤에선 혼자서 마음 쓰고 신경 써 주고

    그리고 몰래 남들을 도와 주고 그러는 녀석이었으니까요.

     

    학창시절 동생을 많이 때렸고 못살게 굴었던것 같습니다.

    어쩌면 제가 그래서 동생이 삐뚤어진게 아닌가 하고 제 마음의 한곳이 늘 무거웠습니다.

     

    그만큼 달라도 너무나도 다른 동생. 

    같은 부모 밑에서 크고 근 20년을 같은 환경과 동시대를 살았지만 나와는 다른 차원에서 살아온 동생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다른 세상을 서로 노력하면서 그 차이를 좁히고 있었지만 결국 시간의 골은 매꾸지 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재범이의 이루지 못한 마지막 꿈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미국대륙엔 동 서부를 관통하는  도로중 Route 66 라는 도로가 있습니다.

    그 길을 할리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게 동생이 말했던 꿈이었습니다.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재범이에게  형이 남긴다.

     

    너와 내가

    서울의 끝자락에서 함께 자라면서 함께 했던 많은 추억들

    미국에서의 잊을수 없는 도전들

    그리고 마지막날까지의 기대들

    모든걸 뒤로 하고 가는 너에게

    끝까지 아픈 손가락이었던 너에게

    화려한 인생은 아니지만

    지금의 세상, 이 시대가 기대하는 의미 있는 삶을 산건 아니지만

    아무것도 모루는 형이 봤을때 좋은 사람들이 널 위해 기도하고

    사랑했던 친구들이 왔었다.

    그 이상 무엇을 바랄까 재범아

    잘 가라 브라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실감이 나지 않을것 같습니다.

    그러나 때때로 생각이 나고 눈물이 나는건 어쩔수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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