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것은 시소게임과 같다는 생각입니다.
서로 맘에 드는 사람임을 느끼고,
서로 마주보고 시소의 양쪽 끝에 있는 의자에 앉았습니다.
재미나게 시소를 타다가,
타려하다가..
아니, 이제 막 타려 하는 중인데,
.......
.......
갑자기 한 사람이 시소를 급히 내려옵니다.
그 순간 시소는,
일어설 생각을 못하고,
아직 앉아 있던 사람 쪽으로 순식간에 기울어져 급강하를 시작합니다.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아야만 하는
그 사람은 엉덩방아를 찧습니다.
불러 보아도,
말도 안하고 성큼성큼 멀어져가는 사람의 뒷모습,
붙잡을 수 없음을 느낍니다.
왜 지금 떠나야 하니?
아니 왜 이렇게 떠나야만 하니?
말도 한마디 못 해주겠어?
중요한 일이 있다면 내가 이해할께, 기다릴께...
붙잡고 딱 한 마디만 묻고 싶지만,
아니 열 마디 백 마디를 이해하고 기다리겠다고 약속하고 싶지만..
어느덧 성큼성큼 멀어져가고 있는 그 사람..
애타게 불러보아도,
그 사람은 돌아보지 않습니다.
다른 친구, 다른 누가 불러서?
박자가 안 맞아서?
흥미가 없어져서?
싫증이 나서?
네가 엉덩방아 찧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참을 수 없어서?
남겨진 사람은 별의별 생각을 다 해보지만,
이미 시소를 내려온 사람은 닿을 수 없는 거리로..
점점 멀어져만 갑니다.
그 날 따라 바람은 왜 그리 무심하게 부는지,
아니 그 날 따라 햇살은 왜 그리 무심한지..
그 날 따라 옆에서 그네를 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왜 이리 크게 들리는지..
마침내 점점 엉덩이가 얼얼하다는 느낌이 느껴지고
애써 참았던 서글픈 생각이 밀려들기 시작합니다.
엉덩이 아픈 것 쯤이야, 문제도 아닙니다.
1시간을 기다려도, 2시간을 기다려도 다시 돌아와만 준다면야,
하지만,
떠나는 사람은 뒤돌아보지 않습니다.
아무 말도 남기지 않는 대신,
무심한 바람소리와
더 무심한 햇살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듯한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눈길만이 남겨졌군요.
더는 앉아서 기다릴 수도 없겠다는 생각에 맞딱뜨립니다.
쓸쓸한 마음으로,
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면서라도
엉덩이를 비비고, 흙을 털면서 일어나야만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만 한다고 느껴집니다.
더 앉아 있는다면..
그네 타는 아이들이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할테니까요.
어떤 아이는 상처를 받으면서, 상처를 주는 법을 배우고,
어떤 아이는 상처를 잊기 위해 상처를 준다고도 하더군요.
어떤 아이는 상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채 상처를 준 것 같다고도 했고,
또 어떤 아이는 원래 시소를 타는 일이란 늘 그런 법이지 않냐고 대수롭지 않은 듯, 천연덕스럽게 이야기 합니다.
시소를 타던 사람에게 남겨진 것은,
상처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전혀 모를 것 같은 그네를 타던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목소리 뿐..
시작은 설레임과 두근거림 뿐이었이지만,
너무 일방적이고,
너무 급작스런 선언,
그리고 이별..
그런 것들은 한동안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기는 것 같습니다.
단 한 사람의 소중한 사랑을 깨닫기 위해,
얼마나 더 처절한 경험들을 감수하고 겪어야 하는 것인지~~T.T
오늘도 마음은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친 어두컴컴한 놀이터를 찾아가고 있음을..
저는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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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밤,
덩그러니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을 의자에 놓인 그 마음,
심지어 나조차도 다독여 줄 방법을 알지 못합니다..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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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기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