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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2008 . 사진발이 없었더라면
    Journal 2008. 5. 1. 03:15
    1994 3월 처음 조국을 떠난 날. 미국이란 나라에 첫 발을 들여 놓았던 곳은 Altanta Georgia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학연수생들이 접하는 discussion topic중 하나는 Cultural Shock에 관한것이다.

    사실 1994년에는 서울은 이미 어느정도 발전을 해서 미국이란 나라에 왔을때 문화적인 충격은 없었다.
    차라리 자연환경의 충격이 있었으면 있었다고나 해야 할까.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 내 머리속의 한국의 발전이라 함은 끽해야 소비행태에 국한 되었고
    미국의 소비문화의 유입 그 이상이 아니었다.
    그래서 누릴수 있는 생활의 편리함을  나는 나름 문화라고 착각하고 있었던것 같다.

    한마디로 맥도날드와 스타벅스가 서울에 있으면 한국이 발전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사실 요즘도 한국에서 미국으로 처음 오게 되는 사람들은 선진국의 기준을
    생활의 편리함에 촛점을 맞추고 있어서 한국이 선진국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으로 봤을땐 아마 요즘은 역으로 문화적 충격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모든것이 느려 터지고 조용한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벨리에 오면 실망하는 충격이 있을것이다.

    각설하고 처음 오고 한두달 지내면서 느낀건 난 한국의 교육에 철저하게 속으면서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름다운 금수강산. 드높은 하늘. 맑은 물 수려한 산수..

    미국은 철저하게 내게 배신감을 안겨주었다. 푸르른 하늘, 맑은 물 잘 지켜져 있는 산과 들...

    그렇지만 당시 한국은 비교적 파란 하늘을 볼수 있었고 가슴이 답답할땐 심호흡을 할수
    있었을 정도는 되었던것 같은 기억이 든다. 그런면에서 진중권 교수의 글의 한 부분에 공감이 간다.

    한국은 냄새의 천국이다. 일단 공기부터 다르다. 제일 먼저 코를 찌르는 것은 거리에 가득 찬 매연 냄새.
    우연히 어느 산에 올라가 하늘을 볼 기회가 몇번 있었다. 서울은 늘 친면조 요리 뚜껑처럼 매연의 덮개로 덮여
    있었다. 서울 사람들은 반구형의 덮개에 갇혀 매연을 호흡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어떤 유학생은 서울에서
    지내다가 다시 독일로 돌아오니 맥이 풀렸다고 한다. 독성이 강한 공기를 마시던 몸이 꺠끗한
    공기를 마시니 금단 현상이 일어나는 것아다. - 진중권 교수-


    88 올림픽때 맑은 가을 햇살에 외국인들이 원더풀 코리아라고 외치며 일광욕을 했다는
    기사를 접한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북구 유럽에서 온 인간들이라고 사료 된다.

    미국으로 온지 11년이 지났지만 평균 한국을 2번 이상 들랑달랑했던게 내 여권에 찍혀 있는 기록으로도
    알수 있다.  이번에 한국으로 간 이유는 놀러도 아닌 역이민이란걸 생각을 해서 살펴 보러 들어 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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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구텅이에 드높이 있는 태극기.
    승우네 집에 신세를 지으면서 평생 안 가보던 여의도 공원이란곳을 늘 지나 다니게 되었다.
    황사와 공해로 쪄든 하늘 아래 질식을 하고 있는것 처럼 보였다.
    사진으로 찍어 놓고 포토샵 몇번 돌리니 그나마 볼만한 하늘 아래 있는 태극기 같지만
    내 기억속의 이 장면은 늘 눈에 필터를 낀것처럼 누런 하늘에 태극기로 남아 있을 뿐이다.
    사진이 서울의 하늘을 정화 시켜주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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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승소나 버스 정류장은 이제 큰 도로에서는 길 한가운에 있다.
    수많은 차들 덕에 이곳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은 마치 화생방 훈련을 방불케한다.
     폐가 아파오는것을 느낄수 있는 순간이다.
    그래도 사진에서만은 운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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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이 좁아서라고 건물이 높아 졌다고 하는건 너무 무책임한 말이다.
    파리라는 도시는 서울보다 무척 작다.
    그렇지만 결코 인구가 적지는 않다.
    사는 사람은 둘째치고 관광객을 포함한 유동인구가 많은 그곳이
    건물이 흉하게 높지 않은데에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서 그럴것이다.


    아무튼 어느곳을 바라 봐도 맑은 하늘은 기대 할수 없고 유치하게 지어진 높은 건물들만 있었다.
    대리석으로 발라 놓으면 무조건 고급인줄 아는 유치한 건축양식덕택에 한국의 하늘은 온통 못생긴 건물로
    뒤덮여 버렸다. 호모 코레아니쿠스에서 진중권 교수의 글을 몇개 발췌해봤다.

    한국에서는 전통문화의 파괴가 특히 무차별적으로 진행됐다. '취미가 결여된 신체'와 짝을 이루는 것이 바로
    '거리 풍경의 몰취미'다. - 진중권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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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에서. 비가 오는 날에도 공해가 심한건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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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보문고에서 밖으로 나가는 지하도에서 바라본 하늘이다.
    아주 가끔은 그리운 그런 풍경이다.
    아직 겨울을 붙잡고 있는 듯한 나뭇가지들과 빗속에 보이는 우산들..
    이런 풍경이 있는 서울은 그리 미워만 할수는 없지만 저 차가와 보이는 공기는 사실 그리 맑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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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 사거리에서..캐논 카메라의 clear mode가 서울에서는 아주 유용하다.
    황사에 덮인 overcast된 사진에서 컨트라스트를 높여주는 clear mode가 사진발을 세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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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서울이 얼마나 복잡해 졌는지 볼수 있다.
    그중 하나는 거대한 아파트들이 어느곳에서나 들어서 있음을 보고 알수 있다.
    오직 기차만이 시원한 하늘 밑을 달릴수 있다.
    사람은 그러기 위해선 기차를 타고 있어야만 한다.
    저기다 아파트를 지으면 얼마나 시끄러울까.
    도대체 도시 계획이란 무엇을 위해 존재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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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상대적으로 안 변한곳이 있다고 한다면 바로 이 테헤란로일것이다.
    콩코드 차를 몰고 이곳을 지나다니던
    13-14년전이 그리워서 언제나 이곳을 찾는다.
    비교적 안 변하고 나를 반겨주는 풍경들이다.
    그런걸 보면 나 역시 아스팔트 세대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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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국동 일대는 옜 촌스런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왠지 더 정겨워 보일뿐이다. 워낙 시골에서 살다 와서 그런것일지도 모르겠다.
    내 기억의 서울은 아직도 1997년 이전으로 각인되어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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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에서 바라본 강남. 이런 스카이라인이 자랑스러운건가 한국인들은?
    스카이 라인이라고는 절대 말할수 없는 downtown이라고 서로 외치는 무질서한 건물들.

    특히 못봐주는 것은 팽창주의에만 몰두한 나머지 기이하게 커져 버린 교회건물들이 눈살을 찌뿌리게 한다.
    보기 흉하게 벽에 걸어 놓은 플랫카드. 광고. 교회는 더이상 교회가 아니었다.
    기독교는 단지 잘못된 기독교인들의 행태에서 뿐 아니라
    건물에서도 개독교라는 말이 나옴직하게 보인다.
    (난 기독교인이다)
    다른 건물은 실용성만 있으면 되겠지만, 의사당 건물이라면 모름지기 정치적 상징성을 표현해야 하고,
    교회 건물이라면 최소한의 종교적 상징성을 드러내야 한다. 먹고 살기에 바빠 취향을 발전시킬 틈이
    없었던 사회에서 건축에 상징성을 부여하려 할때, 취향으로 뒷받침되지 못하는 근엄함과 엄숙함은 눈 뜨고
    봐주기 민망한 우스꽝 스러움으로 전락하게 된다.
    상가에 세 들어 사는 작은 교회들은 고깔모자를 썼다. 이 알량함에는 이해할 만할 구석이 있다. 고깔모자 쓴
    교회들은 낮에 보면 유치원 생일잔치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위의 시뻘건 네온 십자가때문에 낮의 유치원은
    밤마다 음산한 공동묘지로 변한다...

    한눈에 열댓 개씩 보이는 십자가의 시뮬라크르에서 아우라를 기대할 수는 없다. - 진중권 교수 -

    사실 이런 글은 한국을 비판하기 위해 쓰는 글은 아니다. 내 친구들과 가족이 있는 곳이 저렇게 변해 가는게
    너무 가슴이 아파서 쓸 뿐이다. 이런 말들을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하면 어느 친구들은 내게 화를 낸다.
    마치 내가 매국노가 된것 처럼 화를 길길이 낸다. 대화가 안되는 순간이다. 대화가..
    그냥 푸념처럼 써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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